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월간특집이슈

[신흥지역 체험기 공모전 당선작] 혐오의 시대, 베트남에서 여유를 가지다

베트남 임유성 - - 2022/06/09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현재 사업과 투자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삼성은 베트남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이고, LG전자의 디스플레이나 현대의 자동차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올려가며 베트남에서의 인지도를 올리는 중이며, 그에 따라 베트남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점차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언론의 자유로 여러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세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선동 등이 판을 치며 혐오의 시대가 시작된 듯이 보이는 가운데, 현재 대한민국은 지역·세대·남녀 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혐오의 범위를 해외로까지 넓혀가려는 일부 소수도 존재한다. 한 예로 “한국은 베트남을 먹여 살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떠나자 땅을 치고 후회하는 베트남” 등 자극적인 가짜 뉴스로 자기 배를 불리려는 선동꾼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으로 많이 씁쓸해 진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까지도 베트남에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정(情)이 많은 나라, 문화 강국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지내왔던 베트남의 다낭, 호찌민에서 대부분에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절히 대해 주었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대표 휴양지 다낭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휴양 도시 답게 무엇인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한 느낌과 풍족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여유로워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자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여유로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낭에서 알게 된 지인은 자기 동네를 알려준다며 다낭의 대표 코스인 미케 비치, 오행산, 호이안, 바나힐을 안내해 주었으며 숨은 맛집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나는 음식값이라도 내고 싶었지만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지만 콩 한쪽이라도 나누었던 80년대 한국에서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중국, 프랑스, 미국, 일본으로부터 지배 받았던 역사를 지닌 베트남과 일본의 통치를 받았던 한국 그리고 식민지 해방 뒤 좌우 대립으로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겪은 한국과 베트남은 묘하게 닮았다.

베트남의 여유로움과 정을 볼 수 있었던 나는 다낭을 뒤로하고 호찌민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 곳은 다낭과는 딴판으로 도시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다. 높은 건물과 복잡한 도로 화려한 조명들이 “정말 이곳이 내가 생각했던 베트남이 맞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고 나에게 있었던 여유로웠던 마음이 바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호찌민’은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으로, 사이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호찌민시는 1975년 베트남이 통일이 되자 영웅으로 불리던 혁명가의 이름을 따서 도시의 이름을 변경하고 그 이름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혁명가 호찌민은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가진 것 없는 식민지 시절 베트남을 위해 싸우며 끝까지 권력의 부귀영화와 안락을 취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은 후에도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들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러한 인민들을 위한 마음 덕분인지, 현재 호찌민시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경제도시이자 베트남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 

부유한 도시 답게 쇼핑센터가 즐비한 호찌민시는 다양한 볼 거리를 자랑한다. 어느새 호찌민에 적응해가며 쇼핑을 즐기자니, 하나같이 한국을 좋아하며 반겨주는 베트남 사람들 덕분에 호찌민에 더욱 호감이 가게 되었고 즐겁게 쇼핑을 마친 나는 호찌민에 있는 베트남 지인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혐한에 대해 물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인은 베트남에도 온라인상에서는 한국을 조롱하며 헐뜯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극적인 정보를 퍼트리며 선동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오프라인상에서는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생각해 보니 한국도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에서는 서로 헐뜯고 조롱하며 싸우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부류의 사람을 보기 힘든 것이 베트남과 한국의 또다른 문화적 공통점인 것 같아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꼈다. 

그날은 서로 베트남과 한국의 혐오에 대한 얘기를 밤새 나누었고 조금은 다른 문화나 생각의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의 결론은 “베트남은 아직 한국을 좋아한다”였다. 한국도 혐오하는 마음보다는 서로 이해하는 마음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며 베트남 여행을 한다면 더욱 매끄럽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국 문화 중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자신이 서비스직 종사자도 상대가 무례하게 행동한다면 거침없이 욕설을, 심하면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곳이다. 앞서 말했듯이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공권력도 강할 뿐더러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하는 곳이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골치 아파질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물론 외국에 왔다고 움츠리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아랫사람으로 보거나 무시하는 행동만 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거나 문제가 생기는 일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이라면 호찌민은 옛날 대한민국처럼 바쁘게 발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도시였고, 다낭은 왠지 모를 여유로움과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다낭과 호찌민 중에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께 드릴 수 있는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너무 바쁘게 살아와서 휴양과 힐링이 필요한 분께는 다낭을, 베트남의 문화·먹거리·쇼핑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활기찬 분위기에 여행을 즐기고 싶은 분께는 호찌민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한국에서 생활의 여유로움을 많이 느낄 수 없어 다낭이 많이 그리워지곤 한다.


** 베트남과 관련한 저자의 다른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베트남 여행가자 https://blog.naver.com/aassdd13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AIF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